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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국제 결혼, 기타

5. 음식: 먹는게 다르면 생각도 다르다는데?

크리스마스에 먹는 거위 가슴살 요리. 저기에 건포도와 사과를 오리기름으로 끓인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조금 있으면 어느새 결혼 1주년이 된다.

 

그간 많이 싸우고 많이 웃었으며 애정전선은 불타오른다.

더 빨리 결혼할걸, 생각도 해본다. 아직 신혼이라 그럴까?

 

음식, 아직도 극복해가는 문제다.

내가 느끼는 독일 사람들의 식습관은 이렇다.

 

  • 아침, 점심, 저녁에 먹는 음식의 양이나 종류가 어느정도 정해져있다.
  • 매운것 잘 안먹고 크리미한 음식을 좋아한다.
  • 감자를 무지 좋아한다.
  • 물컹한 식감보다는 단단한 식감을 좋아한다.
  • 맑은 국물요리가 거의없다.

날씨가 좋은 때 함부르크 시청. 시청과 경찰서 건물인데 어마어마하게 예쁘게 생겼다.

한국은 아침 점심 저녁이 얼추 밥-국-김치 등으로 구성된 비슷한 양의 식단이라면, 아내는 아침은 커피에 샌드위치나 토스트, 점심은 가능한 간단하게, 저녁은 성대하게 먹고 후식이 필수다! 같은 느낌이다.

 

아침부터 스테이크 같은 걸 어떻게 먹어! 라든가 이런 고기샐러드는 저녁식사에 먹을 음식은 아니지, 이런 말을 종종한다. 내 입장에서는 먹을 시간만 있다면 아침부터 성대한 식사가 얼마든지 가능한데...

 

또 내가 부대찌개나 국밥+뜨끈한 쌀밥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는 것과 비슷하게 아내는 버터에 구운 감자와 베이컨을 생각하면 입맛을 츄릅츄릅 다신다. 

 

한국에서는 뭔가 부드럽고 물컹한 요리가 환영받았던 것 같다.

녹아내리듯 부드러운 고기라든가, 푹 고아내서 흐물한 느낌이 들 정도의 삼계탕, 순두부 등등...

아내가 질색하는 식감이다. 

음식은 씹어야 맛이고 흐물거리는 것은 먹을게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

 

결혼식 뷔페음식. 미니 슈니첼, 여러 종류의 햄, 치즈샐러드, 가지구이 등이 보인다.

독일에 와서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가 국밥이다.

맑은 형태로 마시는 국물요리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지금껏 본 국물 비슷한 요리는 굴라쉬류의 걸쭉한 수프인데, 이것보다는 후루룩 거리며 마실 수 있는 국물이 참 그립다.

 

가끔 한국요리를 해주면 아내는 무척 좋아한다.

김밥이나 볶음밥, 비빔밥 같은 것들... 너무 좋아한 나머지 저 세 음식이름은 이미 외웠다.

다만 매운 것을 전혀 못먹고, 김치 냄새를 너무 힘들어한다.

 

그래도 한국사람인지라 김치는 가끔씩이라도 먹어야 하기에, 냄새안하는 유리 밀폐용기에 보관해서 먹고 환기시키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처음에는 저걸 어떻게 집에 들이냐 냄새나면 죽을 거 같다 온갖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먹고 있으면 옆에 슥 와서 맛있어? 물어보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변했구나 싶다.

 

코로나가 끝나서 언젠가 한국에 같이 가면 용기있게 여러 음식을 시도해 보겠다고 한다.

무려 김치도 먹어보겠다는 그녀의 발언.

분명 켁켁거리고 눈물을 흘릴 것인데, 동영상 찍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