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에 관한 잘 알려진 편견이 있다.
독일인은 무뚝뚝하고, 차갑고, 정이 없고, 실용적이며 패션을 모른다...
과연 그럴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도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는 도무지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독일여자" "국제연애" 뭐 이런 키워드를 검색해서 뭐라도 정보를 얻고자 노력했다.
아내는 처음에는 조금 무뚝뚝했다.
정말이다, 만났을 때는 잘 웃지 않았고, 헤어질 때도 포옹 같은 것이 없었다.
처음에 독일에서 만나서 일주일 후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 포옹이라도 해주나 싶었지만 웬걸,
손을 반쪽(?)만 내밀어서 요상한 악수를 하고 헤어졌을 뿐이다.
그러고 나서 약 반년 간의 전화(?)연애 후 내가 독일에 왔고
며칠 뒤 처음으로 아내의 집에 놀러갔다.
그런데 아내가 쪼르르 와서 내 무릎에 앉는게 아닌가!
평소에 전화할 때 좋아한다는 말은 자주 했으나 뭔가 애교 비슷한 것이 없었기에 상당히 놀랐다.
표현을 조금 부끄러워 하지만 막상 할때는 과감한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 예뻤다.
결혼하고 조금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아내는 잘 알려진 편견에 비하면 아주 애교가 많다.
가끔 귀찮은 일을 시킬때는 고양이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매일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며 맨날 Baby라고 좋아죽겠다는 표현을 넘치도록 해준다.
한국인 입장에서 생각하는 약간은 어린아이를 흉내내는 듯한 애교는 처음에 조금 어려웠던 모양이다.
지금은 필요할 때는 나름의 방식으로 애교를 자주 보여준다.
그치만 다른 점도 있다.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져주고 그런게 잘 없다.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고 어찌보면 약간 싸우듯이 의견을 파바박 교환한 후 납득한다.
물론 진짜로 싸울때는 더 살벌하다...ㅎㅎ
아내는 다른 사람들, 처가댁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완전 얼음공주가 된다.
애교? 그런게 없이 아주 쌀쌀맞은 모습으로 대하는게 처음에는 너무 낯설었다.
역시 편견이 생긴데는 조금의 이유가 있나보다.
독일인들은 친하지 않으면 그냥 헤실헤실 웃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친해지면 당연히 끈끈해지고 고양이같은 애교도 보여주는... 다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아내가 아주 커다란 이불에 커피를 엎질렀다.
나 몰래 처리하려고 세제를 가지고 솜이불을 문지르다가 이불피는 빨고 창문을 열고 난리법석을 피웠던 거 같은데,
나의 개코가 커피냄새와 세제가 섞인 독한 냄새를 바로 맡아버렸다.
아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가 내일 세탁소에 이불 가져갈게!" 라고 말하며
그치만 나는 내일 엄청 바쁘고... 이불이 너무 무겁고.... 참 곤란하네.... 이러면서 눈을 깜박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쩔 수 없다.
조금 전에 세탁소에 이불을 맡기고 돌아와서 글을 쓴다.
오늘은 날이 맑고 바람이 조금 덜 차다.
독일의 긴 겨울이 끝나려나 보다.
그럼,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