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12월은 한 달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길고 흐린 겨울을 보상하기라도 할 셈인지, 강림절 달력인 아드벤트칼렌더부터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한 달을 내리 기념하며 지낸다.
독일에서 들은 바로는 크리스마스마켓의 원조가 독일이라 한다.
확인해본 바는 아니고, 아무래도 종교개혁이 일어난 기독교의 본산이다 보니 관련 문화의 역사가 길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주로 중심가 지역을 꾸미고 여러 이동식 상점이 들어서는 것이다.
익숙한 뱅쇼 같은 개념의 글뤼바인도 팔고, 버섯볶음, 소시지, 겨울 과자, 기념품 등 아주 다양한 먹거리와 살거리, 구경할 거리가 있다.
일부 구역은 아예 거대한 전나무 등을 도심으로 들여와서 임시로 숲을 만들기도 한다.
숲을 만들어서 그 안에 테이블을 놓고 숲속에서 뜨거운 글뤼바인을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다.
주말이라 친구도 만날겸 잠시 나가봤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굉장히 굉장히 많았다.
거의 주말 붐비는 강남역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날씨는 정말 추웠는데, 이 추운 날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에 서서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독일 사람들은 정말로 크리스마스에 진심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독일에 온 후 첫 몇 해는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이것저것 사 먹곤 했는데, 아직도 예쁘긴 하지만 이제 뭘 사 먹을 마음은 좀 줄어들었다.
너무 살찌는 것도 많고,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도 비싸고, 무엇보다 내가 젤 좋아하는 코팅땅콩이랑 버섯볶음을 아내가 직접 만들 수 있게 되어서 굳이 밖에서 사 먹을 이유가 없어졌다.
아직도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지만, 밖에 나가서 여러 사람이 축제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다만 길에 다니다보니 우크라이나에서 온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안 좋다.
아무쪼록 길고 추운 이번 겨울도 행복하게 지나가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