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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일상, 국제 결혼, 기타

3. 연락: 외국인들은 하루 종일 문자하지 않는다?


<함부르크 중심가에 있는 경찰서 앞 분수대. 아니, 이게 경찰서라고?>




<함부르크 중심에 있는 상점가. 오래된 건물들이 멋지다>



<커리부어스트와 호박스프. 커리부어스트는 매콤달콤한 소스 덕에 한국이 입맛에 잘 맞는다.>



여자친구와 만나기 시작했을 때, 외국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수많은 글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서양인들은 한국 사람들만큼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첫 만남은 독일에서였으나, 이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으니

이 머나먼 곳에 있는 아가씨와 어떻게 관계 형성되는 것인지 조금 막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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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카톡을 하루 몇 번정도 주고 받았다.

잘 잤느냐, 오늘은 뭐 했느냐, 일상적인 인사를 주고 받았고

너는 좋아하는게 뭐냐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한국인 여자친구와는 다르게 문자를 주고받는 빈도가 한시간에 한 번, 어떨 때는 두어 시간에 한 번 정도가 되자

슬며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드문 드문 연락하다가, 짜게 식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문자를 열심히 적어 보내더라도 결국 영어는 그녀와 나에게 모두 제 2 언어였고

더구나 이러한 연락 빈도로는 그다지 활발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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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도 하고, 가끔 사진도 보내고 하던 어느 날, 그녀가 카톡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워낙 문자를 잘 안하는 성격이라 답답해서 그냥 말로 하자는 것이다.


통화를 하다보니 재밌어서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그리고 그 날부터는 거의 매일 한시간~ 두시간씩 통화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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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하다보니 대화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독일 생활, 문화 차이, 한국 이야기 등을 공유했고 가족 이야기도 나누기 시작했다.


어느 날 궁금해서 너는 원래 매일 연락을 하느냐, 어떠한 빈도로 연락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문자는 잘 안하고, 전화는 친구, 가족과 종종 한단다.


조금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여자친구는 스마트폰을 사용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티비도 보지 않는 소위 하드코어한 아날로그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통화하고 소식을 전했던 것이 우리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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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기본적인 얘기지만 국가를 막론하고 결국 관심이 있으면 꾸준히 연락을 하게 된다.


당연한 얘기다. 한국에서 어릴 때 하던 것처럼 일분 마다 카톡에 칼답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여 답변하고 전하고 싶은 얘기를 아껴놨다가 통화로 전달하고...


독일에 온 지금도, 여자친구는 일하다가 한 두번씩 문자를 보낸다.

지금 사무실이다, 사랑한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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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국제연애를 시작하시는 분이 있다면

연락은 마음 가는 대로  하되 빈도에 너무 집착하지는 말라는 간단한 얘기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