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많은 나는 궁금한 음식은 먹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외국에 있다 보니까 신기한 식재료가 워낙 많아서 하나씩 다 사보고 맛보게 된다.
아내가 매운 음식을 아예 먹지 못하는 탓에 반 강제로 우리 식단은 유럽식이 대부분인데,
그중에서도 많이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해 먹게 된다.
크림소스 베이스의 파스타, 구운 야채, 가끔 볶음밥 등등...
최근에는 가능한 살이 덜 찌는 - 혹은 건강에 그나마 괜찮은 음식을 해 먹으려 노력한다.
그중 하나가 이 쥬키니 피자다.
쥬키니는 서양식 애호박이라 보면 되는데, 이걸 푸드프로세서로 잘게 체를 친다.
얇게 체 쳐진 쥬키니를 바닥에 가득 깔고 그 위에 치즈와 베이컨, 토마토 등을 올려서 구운 뒤에
위에 입맛대로 허브를 올려 먹는다.
딱 봐도 살이 안 찌는 음식은 아니지만
맛있고 홈메이드 음식이라는 느낌이 물씬 나서 기분이 좋다.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이게 문제다.
독일 마트 한 구석에는 항상 정육점 혹은 소시지 등의 고기와 치즈를 같이 파는 코너가 있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크고 작은 치즈를 보며 나는 금단의 선을 넘고야 말았다.
그렇게 맛있고 마니아들은 환장한다는 블루치즈에 손을 댄 것이다.
이 중에서 젤 센 걸로 주세요 라고 말하자 의심이 가득한 눈길로 쳐다본 정육점 아저씨의 눈길을 믿었어야 했다.
생 아귀르 중에서도 특별히 오래 숙성된 녀석
어지간한 발효음식은 다 잘 먹는다 자부하는 나지만 이 녀석은 정말 먹기 어려웠다.
엄청나게 짠맛은 둘째 치고라도 블루치즈 부분에서는 약간 혀가 따가웠다.
화한 맛이라고 하나... 그 부분이 또 엄청나게 더 짜니까 먹기가 정말 어려웠다.
와인과 함께 멋있게 먹는 건 고사하고 이건 좀 먹기가 굉장히 불편한 녀석
우리도 된장을 생으로 퍼먹지 않는 것처럼 블루치즈도 주로 소스 용도로만 쓰는 녀석이 따로 있는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사실 치즈는 문제가 아니다.
이놈의 호기심이 문제다.
엊그제는 신기한 요거트를 사봤다가 된통 당했다.
한 번씩 당하면서 독일 마트의 식재료를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