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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해외영업

독일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한국회사는 수직구조와 직급을 사랑하지만 독일회사는 사뭇 다르다.

 

일반적으로 독일회사는 직급개념이 단순하고(희미하고) 직무개념이 더 세분화 되어있다.

 

한국: 대부분의 직무를 막론하고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혹은 팀장-이사-사장의 수직구조로 되어있다면,

 

독일: (영업의 경우)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account manager, key account manager, sales manager, strategic sales manager, area manager, country manager, regional manager 등이 맡은 포지션의 기능과 영역에 따라 세분화되어 대체로 평등하게 존재한다.

 

상기 직무는 우리말로는 다 영업, 사업개발이라는 직무정도로 뭉뚱그려 표현하게 되며,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부 직무는 맡은 책임의 범위에 따라 약간의 상하관계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area manager의 상위에 country manager가 있는 식인데, 이마저도 일반화된것은 아니며 회사마다 두 직무가 별도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country manager가 팀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위에 언급한 독일의 직무명이 대체로 평등한 레벨의 직무 구분을 일컫는 용어라면, 수직적 직급 분류는 team leader, director, head, chief - 등이 붙어서 구분된다.


독일회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알려면 먼저 독어의 호칭 구조를 알아야 하는데, 독어에는 Duzen이라고 부르는 편한말, 반말(First name으로 서로를 호칭)이 있고 Siezen(Last name으로 서로를 호칭)이라고 부르는 경어가 있다.

 

사내에서는 대체로 회사의 경영진인 C레벨을 제외하고는 아주 잠깐 얼굴을 익히는 기간이 지나면 서로 Duzen을 사용하여 편하게 이야기한다. C레벨의 경영진또한 본인의 성격이나 관계에 따라 일반 직원들과 편한말로 부르곤 한다.

 

의사결정이나 회의에서도 직급에 따라 발언권이 한국만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이며, 설령 경험이 부족하여 큰 성과나 대단히 유용한 내용을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눈치를 주거나 비슷한 압박이 없다.

 

내 아내의 경우 편한말을 사용하는 기준이 상대를 막론하고 자기에게 먼저 편한말을 쓰면 본인도 똑같이 편한말로 답한다고 한다. 경영진이든, 고객이든, 노인이든 상관이 없는 기준이다.

 

또 기억에 남는것은 스물 한살짜리 인턴직원이 사장과 이야기를 하다가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이라는 표현에 굉장히 화를 냈던 점이다. 나이가 어린것이 꼭 판단의 미숙함이나 경험의 부족을 의미하는게 아닌데,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근거로 나이를 택했다는 점에서 바로 이의를 제기했고, 사장은 이에 대해 사과했다.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럽치고는 의외로 경어문화가 널리 존재하며 예의를 좀 차리는편인 독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문화는 역시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유연하게 느껴진다.

 

할 말을 하고 사는 독일문화에 천천히 적응되는 중이다. 아직도 높은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 왠지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쓸데없는 나이, 직급 서열에 집착하기 보단 좀 더 마음 편하게 서로를 대하고 업무 효율에 집중하는 문화가 되면 참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